아름다운 한농인[2] 만물상 할아버지

작성자이지훈작성일2010-04-26 10:11:19조회178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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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할아버지 김명렬님


한농 울진지부에서 "만물상 할아버지" 로 통하는 분이 계신다.

운동화, 우산 등 잡화들의 수선, 수리에서부터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가구 제작까지. 정말 못하시는 게 없으신 시목마을 만물박사 김명렬(67)님이 바로 그 주인공

 

"이곳 한농 울진지부에 들어오고 한 2년 후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벌써 14년 정도 되나요?……. 사실 나는 지체장애 2급이라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해요. 그래서 이웃들을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일거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할아버지가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된 사연이다

 

마을 한편에 위치한 허름한 조립식 건물로 들어서자 온갖 공구와 자르다 남은 목재들이 빼곡하다 이곳이 바로 할아버지의 목공실

 

이곳에서는 주로 망가진 가구 등을 수리하거나, 주문 제작하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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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탄트화 시대에 일감이 줄어

 

할아버지를 따라 안쪽에 위치한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바로 일상 잡화를 수선, 수리하는 작업공간이다. 우산대며, 신발, 용도를 알 수 없는 일상잡화들이 눈에 들어오고 옆 벽에는 온갖 종류의 전선과 연장들이 걸려있다

 

할아버지는 작업실 중앙에 위치한 손때 묻은 작은 의자에 앉으시며 익숙한 동작으로 작업 천을 무릎위에 올리고 터진 운동화를 꿰매신다.

 

"초창기에는 울진지부 각 마을별로 고장 나거나 떨어진 각종 잡화들을 많이 가져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회용 시대가 되어서 잡화는 별로 가져오지를 않아요, 혹 가져와도 아예 수리가 안 되게끔 부품을 만들어놓아 곤란한 것들도 있고요. 예를 들면 지금 나오는 우산들은 우산살이 아예 통으로 되어있어 연결해 붙일 수가 없어요, 또 흔하고 값도 싸서 쉽게 쓰고 버리고는 하지요……."

 

회고하듯 담담히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끝에 왠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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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받지 않는 만물상

 

할아버지는 수리를 해 주시고도 수고비를 받지 않으신다. 너무 수고하신 것에 미안한 물건 주인들이 농산물 등을 가져오거나 익히 대가를 받지 않으시는 할아버님께 막무가내로 돈을 쥐어드리고 도망치듯 돌아가는 사례가 가끔 있을 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는 늘 그렇듯이 말끔하게 고쳐진 물건을 보고 놀라는 주인들의 얼굴을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며 손사래를 칠뿐이다.

 

"아마 수천 건은 되지 않을까 몰라 많을 때는 하루에 여러 건도 했으니까 ……."

 

이제까지 수리하신 사례가 얼마나 되시겠냐는 질문이 난감한 듯 한참을 생각하시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답하신다.

 

어떻게 그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다 고치셨는지 궁금해 원래 어떤 일을 하셨는지 이력을 여쭈었으나 한농에 들어오시고 처음 이 일을 시작하셨다는 간단한 대답이시다

 

하지만, 이제껏 부품이 없어서 아쉽게도 미루어 둔 물건들 외로는 단 한 건도 고치지 못한 것이 없으셨다니 아마도 사심 없으신 할아버님의 손놀림에 하늘의 지혜가 담겨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네들이 어디서 보고 왔는지 이렇게 저렇게 용도에 맞게 만들어 달라고 해요. 그럼 그렇게 만들어 주지요. 그것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 참 즐겁고 보람이 느껴져요……. 반면 애써 수리해 주어도 유행에 밀려 멀쩡한 물건이 폐품으로 버려지는 것을 보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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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활력있는 일상

 

이윽고 운동화 수선을 마치신 할아버지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신다.

 

할아버지는 지체장애로 지팡이와 전동차를 이용하시지만, 한농 회원이 되시고 15년이 넘도록 앓아 누운 적은 한 번도 없으셨다고 한다. 늘 쉴 틈 없이 움직이시는 할아버님 몸에 병이 들 여력이 없었겠다 는 생각도 든다.

 

비록 지팡이나 전동차에 의지한 생활을 하시지만, 만물상 할아버지의 바쁘신 삶은 어떤 건장한 일꾼보다도 넘치는 활력으로 가득하다

 

"이제 날이 많이 풀려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라며 작업실 앞에서 기자를 마중하는 할아버지의 밝은 얼굴에 봄꽃처럼 맑은 웃음이 피어난다.